육아 이야기

한일 부부의 아기 이름 짓기

박씨 아저씨 2020. 5. 29. 00:02

 

국제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면 부모 각자의 나라에서 출생신고를 해야 하고, 

출생신고서에는 이름을 기입해야 하므로 아마도 각자의 나라에 맞춘 이름을 짓지 않을까 싶다.

 

예전에 한국에서 한일커플 모임을 자주 했었기 때문에, 아이들 이름에 대한 이야기를 해본 경험이 있다.

그 때 부터 한국과 일본 양국에서 동시에 사용 가능한 이름으로 지어 주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만약 한국에서 사랑이면 일본에서도 사랑(サラン)으로 지어서 양국에서 동일한 이름으로 불리길 바랐다.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도 상당수 있을 듯.

하지만, 그게 쉽지 않은게 사실. 자기 나라 이름 짓기도 어려울텐데...

양국에서 같이 사용하고자 하면...쉽지 않았다 정말...

 

아무튼 J랑 서로 짓고 싶은 이름들을 남녀 상관없이 나열을 해봤다.

아무래도 한글의 받침을 발음 및 표기하기가 어려운 일본어의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이응(ㅇ)이나 니은(ㄴ)외의 받침이 들어있는 이름들은 일단 제외했다.

 

솔직히 창의력이 부족해서 없는 이름을 만들긴 어려우니, 다른 사람들은 어떤 이름을 짓는지 참고하기로 했다.

그래서 인터넷에 있는 이름 통계 사이트에서 한 1500위까지 본 듯. 

그 중에서 마음에 들면서 일본어 표현이 수월한 이름으로만 골라본게 아래의 이름.

 

애리(えり)

리사

나나

루미

시호

다나

나라

담이(ダミ)

나래(ナレ)

미유

소화(ソハ)

민하, 민아, 미나(ミナ)

유나(ユナ)

솜이(ソミ)

제니

 

참고로 우리가 지은 이름은 여기에 포함되어 있진 않다.

아무튼 일단 한글이름으로 리스트화하고, 일본어로 표현하면 어떻게 되는지 확인하고, 

발음상 어감이 좋지 않은 것들은 제외하면서 좁혀가는 방식으로 이름을 골랐다.

예를 들면 "담이"라는 이름이 이쁘긴 한데 일본어로 하면 ダミ가 되고, 이건 dummy의 일본 발음과 비슷해서

제외 한다든지 하는 방식이다.

 

참고로 소화 또는 소하라는 이름은 태백산맥에서 정하섭을 사랑하는 무당녀의 이름이 예전부터 예쁘다고 느꼈기에

후보에 넣었었다. 뜻은 하얀 꽃이라는 뜻. 정하섭에 대한 지고지순한 사랑을 간직한 아름다운 캐릭터.

 

처음에 가장 짓고 싶었던 이름은 유나 였다. 심플하고, 어감도 좋고, 한자도 무수해서 정말 좋을 것 같았다.

그런데 유나(湯女、ゆな)라는 단어가 있어서, 발음도 똑같고 해서 피하기로 했다.

湯女라는 단어는 예전 에도시대에 온천 등지에서 때를 밀거나, 머리 모양을 만들어주던 여성들을 일컫는

말이었던 것 같은데, 종종 매춘을 하는 일들도 있었다고...

 

누구나 경험이 있겠지만, 아무리 좋은 이름이라도 유명인 이랑 비슷하거나, 물건, 장소, 음식명 등을

연상시키게 되면 아무래도 별명, 놀림의 대상이 되므로 최대한 그런걸 피하고자 했다.

그리고 두, 세개 마지막 후보 이름들을 한자를 선택해서 맞춰보고, 최종적으로 골랐다.

한자는 J가 선택했는데, 한자의 모양과 뜻에 따라서 같은 이름인데도, 많이 달라 보인다.

아무튼 그렇게 해서 가장 좋은 이름을 선택했다. 

 

그런데 그 우리가 선택한 한문은 한국에선 발음이 달라서 한국에선 그냥 한글로만 이름을 등록하려고 생각중이다.

발음과 한자까지 모두 동일하게 맞추긴 정말 힘들 것 같다. 

인터넷에서 보니까, 애초에 서로의 나라의 이름이 아닌 외국 이름으로 짓는다거나 하는 일도 있는 듯 하네.

요즘도 옛날 처럼 항렬이 어떻고 돌림자가 어떻고 잘들 하는지 모르겠네. 

 

난 그런 거 모르기도 하고, 부모님도 다 돌아가시고 해서 나랑 J가 마음대로 지을 수 있어서 되려 편했을지도...

아무튼 누군가 나와 비슷한 상황이라면 위 이름들 참고 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