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사는 이야기

일본생활 - 일본에 살면서 짜증날 때(지하철 편)

박씨 아저씨 2020. 2. 11. 15:22

한국도 노선이 많아지긴 했지만....야...이건 정말...어마어마하다.(도쿄, 카나가와, 사이타마, 치바 부근의 지하철 노선도)

 

아직도 한국물이 안빠져서 지하철이라고 부르긴 하는데...솔직히 호칭은 잘 모르겠다. 지하철, 전철, 전차 등등

아무튼 지하철 탈 때 짜증나는 경우가 많다.

도쿄에 살고, 도쿄에서 일하다보니 사람이 많은 것은 감수해야 하는 부분이리라.

지하철이 순조롭게 정시에 와서 정시에 출발해도 역내에는 언제나 사람들로 넘쳐나는게 사실인데, 그 놈의 지하철이 

너무너무 자주 멈추는게 사람을 정말 짜증나게 만든다.

 

긴 출장을 마치고 오늘은 집에 일찍 가서 푹 쉬어야지...하고 지하철을 탔는데, 갑자기 어딘가에서 인사사고가 나서

운행이 정지되었다는 안내 방송이 흘러 나온다. 여기서 부터 전쟁이다. 일본 사람들은 이런 상황에 익숙해서

어떻게 하면 되는지를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사고가 났다 싶으면 우회 방법을 찾아서 집으로 간다.

버스, 택시, 다른 노선의 지하철 등을 이용하는데, 일본의 경우 버스는 거의 도움이 안되고, 택시는 너무 비싸고...

울며 겨자먹기로 버스, 택시 정류장에 가보면 사람들로 인산인해...한마디로 오늘 잠은 다 잤다는 이야기다.

예전에 사이타마에 살 적에는 아주 절묘한 곳에서 사람이 자살을 한건지, 사고가 있었던 건지, 사이타마 방면 모든 

기차들이 멈추는 바람에 10시까지 기다려보고 도저히 가망이 없어서 호텔 잡아서 잤다는...

 

혹은 중요한 비즈니스 약속이 있어서 아침일찍 나가는데 아침부터 사람이 죽어나가는 사고가 발생하거나,

혹은 전날 온 눈이나 태풍의 영향으로 지하철이 운행을 중단하거나, 하는 경우는 정말 노답이다. 일본은 버스가 정말 

발달하지 못한 관계로 멀리 사는 사람들은 회사고 나발이고 뭘 할수가 없다. 

아무튼 이런 상황들이 너무 자주 발생하니까 솔직히 짜증이 안날 수가 없다.

한국에서 살면서 지하철이 멈춘 경험이 언젠가 한번 뭔가의 이유로 있었던 것 같긴 하지만...그 외에는 경험이 없다.

한국에서는 철도관련 인사사고로 사람이 죽으면 대대적으로 뉴스화 될텐데, 여긴 일언반구도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구글에서 한국내 철도 관련 인사사고 건수를 확인해 보니, 사람이 죽은건 2,3건 정도 인 듯 하다.

사고 관련해서는 역내에서 미끄러져서 넘어졌거나...그런 뭔가 경미한 내용들 뿐이다.

 

여긴 매일같이 사람이 죽거나 다치거나 한다. 자살도 하고, 사고도 나고 하는 것 같다.(대략 하루에 1~2명 꼴)

이미지상 선진국, 잘 사는 나라 라는 이미지게 강해서 그런지...왜 대책을 세우지 않는지...인구수 조절 하려고

일부러 이러나 싶기도 할 정도로, 좀 바보 같고, 한심하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하고 그렇다.

우리나라보다 면적도 4배정도 넓고, 사람도 2.5배정도 많고, 그 만큼 선로의 길이도 길고 하다보니, 

관리가 힘들긴 하겠다만....사고는 시골이나 멀리서 발생되는게 아니라, 도쿄에서 발생되니까, 이렇게 항상 문제가 

발생되는게 아닌가 싶긴 하다...스크린 도어 설치율도 너무 낮은 것도 그렇고....아무튼 문제다. 왠지는 몰라도...

 

멈추는 이유는 잘은 모르지만 이하의 세가지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1. 비상정지 버튼이 눌러진 경우

2. 인사사고가 발생한 경우

3. 지진, 태풍으로 인해 운행 정지가 되는 경우

 

구글에서 퍼온 사진

1. 비상정지 버튼이 눌러진 경우

지하철 타고 출퇴근 하다보면, 자주 안내 방송으로 나오는게 바로 이 경우인데, 누군가가 어떤 이유에서인가

비상정지 버튼을 눌렀다는 것이다. 역내, 기차 내부, 건널목 등지에 빨간색 버튼이 항상 있는데, 이버튼을 누르면

그 라인에 서 있는 기차들이 모두 멈춘다.

누르는 이유를 보면 대부분은 상태가 위중한 환자가 발생한 경우 인것 같은데, 그 외에도 승객들 끼리 싸우거나,

선로에 뭔가 떨어졌거나, 건널목에 사람이나 차가 끼이거나 등등 인 듯 하다.

솔직히 자세하게 알 수가 없어서 어떤 경우인지는 알 수 없으나....사람이 아파서 기차를 세운다는 발상이 도저히 이해가 안된다.

상태가 안좋으면 다음 역에서 내려서 역무원의 도움을 받는게 가장 빠르고 아무도 피해보지 않는데...

갑자기 기차를 세우게 되면 대체 어쩌란 말인가....

이런일이 하루에도 수도 없이 반복이 된다. 종종 한번도 없는 경우도 있지만, 많은 경우는 하루에도 연속으로

몇 번이나 눌려지는 경우도 있다. 그럴 때 마다, 계속해서 기차가 멈추고, 안전에 문제가 없는지 확인 한 후 출발한다.

즉, 내가 원하는 시간에 출근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사람이 그닥 많지 않은 경우지만...그래도 이런 사람들이 지하철이 올 때까지 하여없이 기다린다....역으로 사람들은 계속 들어온다. 끊임없이...

2. 인사사고가 발생한 경우

얼마전 케이힌토호쿠센을 타고 출근하는데 아침부터 인사사고가 있었다. 아침 일찍 나와서 다행이었다.

아무튼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가는데, 같은 라인의 도쿄 방면에서 또 멈춤이 발생했다. 

오후에도 인사사고가 발생했었다고...그래서 수습될 때까지 모든 라인이 멈춘다고...

같은 라인에서 아침 저녁으로 사람들이 죽어나간다. 당일은 금요일이었다. 인터넷에 검색해 보니, 일본인들 끼리도

프리미엄 프라이데이로 당시 상황을 조롱하고 있었다. 

자살인지, 사고인지 알 수 없으나,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인가. 금요일날 간만에 일찍 귀가해서 일주일 동안 수고한 

자신에게 시원한 맥주라도 한잔 보상으로 주고자 했던 자그마한 여유 시간이 날라가는 순간이다.

2018년 월별 자살자수. 철도 사고와 실제로 얼마나 연관성이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확실한 내용인지 알 수 없으나, 일본 기업의 결산인 3월말 기점으로 자살자수가 급증한다고 한다.

실적 부진을 이유로 자살하는 사람들이 많다고...그래서 한명이 선로로 뛰어 들기 시작하면 그 뉴스가

여러 자살 고민하는 사람들의 등을 떠밀어 주는 용기와 같은 효과로 도미노 처럼 자살자가 늘어난다는 이야기를

여기저기서 소문처럼 들은적이 있을 정도로....

 

구글에서 퍼온 사진...태풍의 영향으로 지하철 운행이 중지된 상황

3. 지진, 태풍으로 인해 운행 정지가 되는 경우

이건 뭐, 어쩔 수 없지. 천재지변인걸. 이건 뭐, 일본에서 살려면 어쩔 수 없이 적응해야 하는 부분이리라.

그런데 그것도 쉽지 않은게, 서울에서 살면서 태풍 피해를 입은적도 한번도 없었고, 태풍 때문에 지하철이

운행이 중단된 적도 없었고 하다 보니...이것도 쉽지 않긴 마찬가지.

우리나라는 지상을 달리는 기차 보다, 지하철이 많은 반면, 일본은 노선도 길고, 지하보다 지상이 더 많다보니,

비와 눈에 대한 피해가 훨씬 크지 않을까 싶다. 또한 도쿄 주변이 눈이 자주 오는 곳이 아니기 때문에 눈이 오면

아무래도 우왕좌왕하고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것 같다.

 

한국에도 지옥철이라는 말이 있지만, 일본은 그걸 뛰어 넘는 듯 하다. 출퇴근 시간이면 2분~3분에 한대 꼴로

기차가 도착하지만, 역내에는 항상 사람들이 흘러 넘친다. 결국 2~3분에 한대씩 사람들을 실어 나르지 못하면

역내에 사람들이 넘쳐날 정도로 지하철 이용객이 많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차가 늦어지면 승객들이

개찰구를 통과하지 못하도록 입장제한이 걸리고, 인사사고라도 있는 날이면 사람들의 행렬이 역 바깥까지

이어지면서 진풍경이 벌어진다. 그런데 이런건 일상다반사.

 

선선한 날씨라면 그나마 괜찮지만, 6월~9월 사이라면 정말....생각만해도 끔찍하다.

그래서 올해 열리는 도쿄 올림픽이 정말 걱정이다. 대체 사람들이 얼마나 더 많아지고, 얼마나더 카오스가 될지...

그리고 사람은 대체 몇 명이나 죽을지...귀추가 주목된다.

 

주저리주저리 불평 불만을 쏟아내니, 좀 개운하기도 하다. 하지만 여기가 내가 살고 있는 도쿄고 일본인지라

적응하면서, 이해하면서 살아야 한다고 다시 한번 마음먹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불평한다고 뭐 달라지는 건 없지만, 경험해본 사람이 아니면 이해를 못하기에, 누군가에게 이야기한다고

이해 해줄 수 있는 것도 아니므로, 블로그에 쏟아내는 걸로 짜증을 풀고자 한다.

앞으로 점점 익숙해지긴 하겠지만, 짜증나는건 어쩔 없을 듯...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