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싸움

최근에 부부싸움을 하지 않는다.

박씨 아저씨 2024. 5. 22. 22:32

두 달에 한 번씩은 항상 대판 싸움이 나곤 했는데, 최근 5개월째 부부싸움이 없다. 

왜 그럴까?

부부싸움을 할 때마다 비슷한 이유였던 것 같다. 그래서 무엇인가 근본적인 변화가 없이는 반복되는 부부싸움을 변화시킬 수 없으리라 생각을 했다. 그래서 여러 번 아내를 설득을 했다. 완전히 분업을 하자고!!!

아내는 무엇인가 이상적인 가정의 형태를 바라는 것 같다. 아빠와 엄마가 사이 좋게 가사, 육아를 조화롭게 분담하는 모습. 물론 그게 가능하면 나도 그렇게 하고 싶다. 항상 맞춰가면서 해보려고 했지만, 항상 문제가 발생했다.

말이 좋아서 조화지, 담당자가 확실히 정해져 있지 않으니, 누가 할 때는 철저히, 누가 할 때는 대충 혹은 누군가에게 편중되고 반복되는 일들이 발생되기 마련이다. 보는 사람이 치우거나 하면, 안보는 사람은 계속 안 볼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보는 사람만 할 수밖에 없다. 성격상 잘 보이는 사람만 계속할 수밖에 없다.

난 상당히 속이 좁은 인간이다. 그래서 이렇게는 못 살 겠다 싶었다. 

서로 잘 하는게 있고, 서툰 게 있으니, 서툰 걸 잘하기 위해서 노력하기보다는 잘하는 걸 서로 하는 게 좋겠다 싶었다.

그래서 아내에게 사정 사정 통사정을 해서 결국은 내가 원하는 대로 해보기로 했다.

돈 관리, 육아는 아내가 하기로.(특히 같이 놀고, 교육 및 감성적인 부분 케어)

난 집안일을 하기로(청소, 빨래, 식사, 물론 나도 같이 놀고, 주말에도 놀러 다니고 하지만 예전처럼 항상은 아님)

그러고 나서 물론 허리가 많이 아프긴 하지만. 그 후로 5개월째 부부싸움이 없어졌다. 얼마나 갈진 모르겠다. 하지만 난 지금이 좋다. 매일매일 밸런스 좋은 반찬의 구성을 생각하는 게 어렵기도 하고, 너무나도 빨리 돌아오는 각종 전자제품들의 필터 청소 때문에 힘이 들긴 하지만, 스트레스 덜 받고 살 수 있기에 지금이 좋다.

우리는 남자가 어떻고 여자가 어떻고의 서로의 역할에 대해서 싸운적이 없다. 서로가 재택근무를 하고 있기에 출퇴근 시간이 없어서 오롯이 모든 시간을 육아와 가사에 쏟을 수 있다. 개인을 위해서 쓸 수 없는 것은 아쉽지만, 아이가 있으니 그건 어쩔 수 없겠지. 단지, 서로가 중시하는 부분이 다르고, 잘하는 게 달라서 충돌하고 했을 뿐이라고 생각된다. 

그래서 아이의 감성적인 부분을 배려깊게 헤아리지 못하는 나는 육아에서 손을 떼기로 하고, 청소와 정리정돈이 어려운 아내는 집안일에서 손을 떼기로 했다. 노력해서 바뀔 수 있는 부분들이 아니라고 판단해서다. 얼마나 오래 갈진 모르겠지만, 아무튼 당분간은 이렇게 살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