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싸움

부부싸움 : 소심한 내가 흥분하는 경우...

박씨 아저씨 2023. 6. 1. 12:09

또 싸웠다. 두 달 만인가...뭐가 문제인지 잘 모르겠다. 나도 문제일 거고, J도 문제이겠지. 혼자만 문제 일 순 없지 않을까 싶다. 아무튼 냉정하게 이야기를 못 하겠다. 항상 다짐을 하지만 서로 감정이 안좋은 상황에서 냉정하게, 침착하게 이야기를 못 하겠다. 평소에 미친놈 처럼 흥분하면서 소리지르는 경우는 없다.(혹시 모르지, J가 보기엔 항상 미친 놈 처럼 소리 지르는 것 처럼 느낄지도?)

아무튼 소심한 내가 흥분하고, 미친놈 처럼 고성을 지르는 경우가 있다. 잘못이 없는데 잘못이라고 이야기 들을 때. 그리고 납득이 가지 않는 이야기로 나를 납득시키려 할 때...이 두 경우에 흥분을 하게 된다. 인정을 할 수 없으니까. 동의 할 수 없으니까. 생각해 보면 이러한 경우는 회사 상사 또는 아내인 J에 대해서 주로 발생 하는 것 같다.

지금 회사에서도 몇번 있었지만, 회사에서 항상 쓰래기 같은 상사들이 있다. 능력도 없으면서 그저 윗사람으로서 군림하고자, 권위를 보여주고자 전혀 이해도 납득도 되지 않는 사유로 사람을 까고, 지적질 하는 경우에 항상 싸움이 났던 것 같다. 개가 짖는구나 하고 넘기면 될 텐데...그게 쉽지가 않다. 

아내인 J와도 마찬가지다. 부부가 싸울 수도 있는건데...잘 모르겠다. 내가 뭘 그리도 잘 못한 것인지. 이번엔 딸내미와 관련된 일로 한소리 듣고...확 돌아버렸다. 내가 무섭다고 한다. 딸내미 앞에서는 항상 웃고 즐거운 모습을 보일 수 있도록 노력하라고 한다. 아낌없는, 대가 없는 사랑을 끊임없이 주라고 한다. 그렇게 못하는 내가 이해가 안된단다.

항상 열심히 한다고 생각했다. 아침 부터 밤까지 거의 항상 함께한다. 난 여기서 친구도 없고, 가족도 없다. 그렇다고 밖으로 나도는 성격도 아니다. 회사도 기본 재택근무다. 이러니 집집집집집이다. 7시 기상, 8시30분까지 애기 깨워서 밥 먹이고, 보육원 갈 준비시키고, 설겆이하고 뒷정리하면 9시다. 업무 스타트. 오후 5시에 보육원에 딸내미 데리러 간다.

다녀와서는 교대로 저녁준비를 한다. 6시에 밥을 먹이면서, 설겆이를 하면서, 욕조를 씻고, 목욕 준비를 한다. 7시즈음 아내가 목욕하러 들어가고, 30분간 딸내미랑 티뷔 보면서 놀고, 7시 30분에 목욕탕으로 딸내미를 넣고 아내가 목욕을 시킨다. 난 밖에서 남은 설겆이, 뒷정리를 한다. 그리고 8시즈음 딸내미가 나오면 이 닦고, 치실로 이 사이 청소해주고, 나도 목욕하러 간다. 8시 30분부터는 잘때까지 같이 노는 시간. 요즘 대충 10시 전후에 잔다.

주말에도 비슷하게 돌아간다. 어차피 기상시간과 취침시간은 동일하다. 단지, 주말엔 어딘갈 계속 가야 한다. 음악교실이나 어딘가 교외 나들이나, 수족관, 박물관 등 딸내미가 좋아하고, 관심 있는 곳을 찾아서 간다. 찾는 것은 대부분 아내가 해준다. 아무튼 늦잠이고 나발이고, 1년 중 거의 대부분의 날을 이렇게 보낸다. 

1년에 3일정도 보육원에서 알게 된 같은반 학부모랑 술자리를 한다. 그리고 가끔 나를 만나주러 오사카에서 회사 지인들이 일부러 우리집 근처 호텔로 와준다. 그 사람들이랑 가끔 술한잔 하긴 한다. 그런데 이러한 자리도 밤 8시반 이후, 딸내미 밥 먹이고, 목욕시키고 하는 일 다 하고 나간다. 

가끔 출장도 가긴 하는데...이것도 눈치가 보여서 1년에 한 10일도 안갈 듯. 아 해외 출장 까지 치면 한 15일갈까말까? (회사 다른 직원들은 1년에 두달은 출장 갈 듯)그것도 출장 가면 밥하고 하는게 힘드니까, 전자렌지 돌리면 바로 먹을 수 있게 카레 만들어놔, 바로 볶아서 쓸 수 있게 야채 손질들 해서 냉동실에 넣언놔, 바로 볶에서 먹을 수 있게 불고기거리 재워서 냉동실에 넣어놓는 등 할 수 있는 건 다 해놓고 간다. 

물론 출장에서 돌아올 때는 두손 한가득 아내와 딸내미 선물을 사온다. 그리고 각종 기념일 참 자잘하게도 잘 챙긴다. 대체 1년에 케이크를 몇개나 사는지 원...1년에 한두번이긴 하지만 장인 장모님 모시고 같이 여행도 간다. 때 되면 같이 식사자리도 마련한다. 

주절주절 자기PR또는 변명을 좀 늘어놨는데...한다고 하는데 그게 성에 차지 않는지...내가 감정 조절하는게 좀 서툴다보니...그게 그렇게 마음에 걸리나 보다. 오늘 들었던 가장 충격적이고 싫었던 이야기는...보육원의 다른 아빠들은 다들 잘도 아침에 자기 자식들 자상하게 웃으면서 잘 대려가는데...난 왜 그걸 못하냐고. 왜 아이의 무엇인가를 하는 걸 거부하고, 일명 띵깡 부리는 것에 하나하나 감정적으로 대응을 하느냐라고....항상 즐겅운 텐션으로 대하라고...

내가 감정을 잘 컨트롤 하지 못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사실이고, 앞으로도 크게 변하지 않을 일이다. 그런데 변하라고 하니...쉽지가 않다. 난 거짓말 하는게 정말 싫다. 안되는 건 안되는거다. 노력이야 하겠지만...어디까지 노력을 해야 하는 것인가. 아내가 나를 배려해 주는 부분도 적지 않음을 알지만...솔직히 비교까지 당하면서 이런 서로 듣는게 유쾌하지도 않고, 이렇게까지 애를 키워야하나 싶기도 하다.

난 나의 인생이 있는데, 하고 싶은일도 많은데, 그런걸 다 희생하면서 그래도 한다고 하고 있는데...더 하란다. 남들, 다른 아빠들 다 나보다 훨씬 잘하고 훌륭하단다. 어찌해야 할까. 난 더이상 잘하고 싶지도, 훌륭해지고 싶지도 않다. 되려 좋은 아빠가 아니면 어떤가 싶기도 하다. 그냥 지금만큼만 하면서 덜 성질 내면서 살고 싶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그게 쉽지 않을 것 같다. 어찌 하면 좋을까...

아무튼 지금은 감정적으로 안정이 되지 않아서...나오는대로 막 썼는데...사실, 안정이 되면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잘 기억이 않나고 그냥 그러려니, 그런게 인생이거니 하면서 잊고, 털어버리곤 하다보니 기록을 남길수가 없다...나중에 후회하더라도 몇 글자 남겨본다. 맞벌이, 맞가사, 맞육아 참 쉽지 않다. 

'부부싸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부부싸움 : 그놈의 자존심이 뭔지  (0) 2023.06.02
부부싸움 : 우리 왜 싸웠지?  (0) 2023.03.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