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이야기

(D+1185)아빠는 존재에 대한 원죄라도 있는 것인가?

박씨 아저씨 2023. 10. 23. 21:55

하루 걸러 딸내미랑 문제가 생긴다. 고작 3살짜리랑. 

왜 이렇게 아빠를 싫어할까. 아빠와 딸은 견원지간인가? 내 입장에서는 정말 가혹하다고 느낄 정도다. 밤늦게까지 잘 놀다가, 아침에 일어나면 첫마디가 「パパ、あっち行って」다. 심하게 말하면 저리 꺼지라는 이야기다. 기분 좋게 아침을 시작하는 법이 없다. 한 1년째 이러고 있는 듯. 그럴 시기인지 어떤지는 모르겠는데, 내가 무슨 죄가 있다고 이런 취급을 받아야 하나 싶어서 혼란스럽고, 내 노력과 희생이 송두리째 부정당하는 것 같아서 상당히 기분이 좋지 않다. 

애초에 육아 자체를 안했으면 억울하지도 않지. 할 것 다하는데 왜 이렇게까지 미움을 받아야 하나 싶다. 억울하다. 항상 같이 있어서 고마움을 모르나. 아니면 정말 나한테 뭔가 죄라도 있는 것인가. 가끔 잘못된 행동을 할 때면 호통을 치기도 하는데, 그게 문제일까. 그래서 요즘은 정말 어마어마하게 오냐오냐 하면서 원하는 거 다 들어주고, 기분이 애초에 틀어지지 않도록 엄청나게 눈치 보면서 대응을 하고 있는데, 이게 문제가 아닐까.

애초에 버릇을 잘 못 드린 것은 아닌지... 참 답답하고, 걱정도 되고, 어찌해야 할지를 모르겠다. 지친다. 디즈니랜드 가서 그렇게 재미있게 놀고 왔는데, 이게 대체 뭔 지랄을 하고 앉아 있는 것인지 원... 답답하다. 지친다. 지금도 방 밖에선 딸내미의 웃음소리가 들린다. 기분의 ON, OFF가 정말 빠르다. 난 그렇지가 못한데 말이다. 아무튼 내가 없는 곳은 즐겁고 행복한 것 같다. 내가 있으면 행복하지 않은 것 같다.

되려 그게 내 인생이 편해 질지도 모르겠다. 딸내미의 인생에서 굳이 내가 있어야 할 필요가 있나 싶다. 돈이나 벌어다가 주고, 내 편할대로 살면 모두가 편하고 즐겁게 살 수 있는 것은 아닐까 싶다. 가족이란 게 대체 뭔지, 육아는 또 뭐고, 인생은 또 뭔지 참 모르겠다. 어렵다. 힘들다. 지친다. 편해지고 싶다. 이 짓을 언제까지 해야 하나... 부모가 되는 것, 성숙한 인간이 되는 것, 즐거운 인생을 사는 것 모든 게 참 쉽지가 않다.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