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절주절 : 잡소리

가족이란게 뭔가 싶다.

박씨 아저씨 2022. 9. 14. 22:29

아내와 딸내미를 제외하고 가족이라고 할 수 있는건 친할머니와 쌍둥이 동생이 있다. 어쩌다보니 동생도 일본에 살고 있다보니 할머니 혼자서 한국에 살고 계신다. 코로나 전에는 1년에 네번 정도는 한국에 갔었지만, 지금은 코로나 시국이고, 딸내미가 아직 어려서 쉽게 자주 다녀오진 못하는 상황이다. 쌍둥이 동생은 백신 부작용 때문에 1차 밖에 접종을 못해서 아예 한국에 가지를 못하고 있는 상황.

그러면 자주 연락이라도 드려야 하는데...기껏해야 일주일에 한번 영상통화 하는게 다다. 그것도 최근엔 한 3주째 연락을 못 드렸다. 안한건지, 못한건지...아침부터 생각을 한다. 오늘 전화 드려야지. 그런데 정신 차려 보면 이미 밤이다. 할머니는 대충 8시 전에 주무시다보니 딸내미 밥 먹이고, 목욕시키고, 뒷정리하고, 놀아주고, 재우고 하면...10시다.  

부모 없는 나와 동생을(없진 않았다. 부모가 부모 같지 않아서 대신 키워주신 것) 늙은 몸으로 잘 키워주셨는데, 참 고마운 존재인데. 바쁘다는 핑계로, 멀리 산다는 핑계로 제대로 챙기지 않는 스스로의 모습에 자괴감이 드는 요즘이다. 뭐가 문제인지 원...감사하지 않는게 아닌데, 돈이 없는 것도 아닌데, 마음이 없는 것도 아닌데...

이번 추석 때는 한번도 전화를 안 드렸다. 대체 뭐하고 사는건지 원...

가족이란게 대체 무엇인가...라고 생각하는 요즘이다.

할머니가 올해로 95세다.(아직 정정하시다.) 국가 보조를 받아서 요양보호사?분께서 매일 오전에 오셔서 청소도 해 주시고, 목욕도 시켜주시고, 말 동무도 해주시고, 반찬도 해주시고...참 감사할 따름이다. 그래서 한국 들어갈 때마다, 명절 때 마다 할머니에게 뭔가 보낼 때 요양사님 것도 같이 사서 보내드리곤 한다.

아무튼 할머니가 나이가 많으시다보니 치매가 조금씩 진행되는 것 같다. 기억력은 참 좋으신데, 시간의 순서를 많이 헤깔리시고, 한 이야기를 계속해서 반복하는 경향이 있으시다. 그런건 크게 문제가 아닌데 거짓말 혹은 다른 사람 흉을 보는게 심해진 것 같다. 한국가면 되도록이면 할머니 옆에서 이야기 상대가 되어드리려고 하는데...똑같은 이야기를 여러번 듣다보면 짜증이 치밀어 올 때가 있다. 특히 남 욕하는 것.

그냥 들어드리고, 그러려니 하면서 넘어가면 되는데...참지 못하고 할머니께 짜증을 내거나 화를 내기도 한다. 그럴 때 마다 내가 가족인가? 고생하면서 키워준 할머니에 대해서 이정도 밖에 못하나? 요양사보다 내가 나은게 있나? 가족으로서? 라는 생각이 많이 들곤 한다. 할머니를 만나러 한국에 가는 것은 기분이 좋은 일이긴 하지만, 만나고 돌아오는 길은 그닥 유쾌하지만은 않다. 개운하지 않고, 죄송한 마음이 많이 남는다. 항상.

그러면서 가족이란게 뭔가 싶다. 

할머니의 딸내미들, 나에게 고모인 사람들. 그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할머니와 같은 나라에 살고 있지만, 1년에 한번 할머니를 찾아 뵐까 말까다. 전화도 마찬가지다. 한마디로 나보다 못 챙긴다. 돈 필요할 때만 쪼르르 달려와서 빌려가곤 입 씩닦는 그런 족속들. 부모 자식 관계, 가족이란게 이런 건가?

가족이란게 대체 무엇인가 싶다.

무슨 말이 하고 싶은건지 원...아무튼 요즘 그렇다. 가족이 필요한 것인지? 가족이란 게 대체 무엇인지? 

내일은 꼭 전화 한통 넣어 드려야 겠다. 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