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절주절 : 잡소리

친구 기다리며 동해역에서 옛 기억을 추억한다.

박씨 아저씨 2022. 8. 13. 15:57

 

나에게 있어서 왠지 무섭기도, 정겹기도, 낯설기도 한 풍경...

이번 한국행에서 유일하게 만나는 친구. 그 친구가 삼척에 살고 있다. 그래서 그 친구 만나러 ktx 타고 동해역에 와있다. 친구 집인 삼척까지는 차로 20분 거리. 지금은 동해역의 유일무이처럼 보이는 멋진 카페에서 친구를 기다리며 몇 글자 적어본다. (아셀 커피전문점?) 

여기 경치가 상당히 낯 설기도 하고 정겹기도 하고 재미있어서 몇 글자 적어 본다. 왠지 어린 시절의 기억이 소환되는 기분이다. 시골, 지방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나, 지난 시절을 그린 영화들을 보면 역 근처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각지고 낮은 건물들이 즐비하고 관리 되지 않은 무성한 잡초, 풀이 우거진 대로변의 모습. 여기저기 놓여 있는 컨테이너 박스로 된 이름 모를 단체의 건물들? 

굳이 영화가 아니더라도, 내 어린 시절의 기억들도 자연스레 소환이 된다. 어릴 때 부모님 사정으로 전학을 미친 듯이 다녔다. 배운 거 없고, 기술도 없고, 몸 뚱아리 밖에 가진 게 없던 부모였던지라, 어디 지방의 젓가락 공장이나, 양계장 같이 숙식 제공되는 곳을 전전하며 생활을 했었다. 한 2~3년 정도 그 생활을 같이 한 적이 있는데....

아무튼 그 시절에 분교를 다닌적이 있었다. 전체 학생이 50명 정도밖에 안 되는... 작은 학교. 2학년, 3학년이 같은 교실이었고, 중간에 사물함으로 공간을 나눠서 사용했었던 기억이... 그런 곳이다 보니, 뭐하나 살려고 하면 읍내에 나가야 했다. 지금도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당시에는 5일장 같은 게 있어서 그 시기에 맞춰서 엄마랑 같이 읍내에 버스를 타고 가서 장을 보곤 했다. 그리고 집에 돌아가는 버스를 기다리며 다방에서 따뜻한 우유를 마시는 게 뭔가 정해진 루틴 같은, 작은 행복 같은 거였다. 

그때 봤던 읍내의 풍경이 딱 여기 풍경이랑 비슷했었던 같다. 물론 기억은 퇴색하고, 변질되는 부분들도 많다 보니 아닐 수도 있는데, 느낌적인 느낌으로다가 비슷한 것 같다. 당시의 기억들이 새록새록 머리를 스친다. 재미있다. 생각지도 못했던 곳에서 잊고 있던 추억? 기억이 되살아났다. 그래서 여기에 몇 글자 적어놓는다. 나중에 보면서 떠 올릴 수 있도록. 

이래저래 고생을 많이 했던 시절인지라, 절대로 돌아가고 싶지 않은 시절이지만, 그래도 남겨 놓고 싶긴해서 적어 본다. 

아무튼 친구 만나러 오면서 별 생각 없이 왔는데, 옛 추억도 떠올리고, 기차도 많이 보고 재미있는 시간이었다. 여긴 아니지만, 나중에 아내랑 딸내미랑 예전에 살았던 곳에 한번 가보면 좋겠다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