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절주절 : 잡소리

간만에 부부싸움을 크게 했다.

박씨 아저씨 2022. 2. 18. 21:58

최근 들어서 위태위태 했었는데, 결국 크게 한번 터지고 말았다. J한테 큰 소리로 고함도 지르고 난리도 아니었다. 냉정하게 생각했을 때 별거 아닌 일에, 왜 그때는 그리도 화가 많이 치밀어 오르는지... 나이 40에 왜 스스로를 제어하지 못하는지... 하고 후회도 많이 되고... 미안하고... 그렇다.

이러한 일이 재발되지 않기 위해서는 발생 원인을 파악하고, 원천적인 제거가 뒤따르지 않으면 똑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을까 싶어서, 항상 개선책을 생각하곤 하는데... 쉽사리 고쳐지지 않는다. 내 성격도, J의 성격도. 나이 먹은 어른이라 그런가? 자존심도 엄청 쌔고, 단 한 번도 지지 않으려는 유치 하지만 중요한 무엇인가가 작용하는 것 같다. 

예를 들어보면 냉장고에서 뭔가 꺼내서 싱크대에 그대로 방치한다거나 할 때, "썼으면 넣어놔"라고 한마디 했다고 치자. 그 한마디로는 별거 아닌데, 그 한마디를 듣는 순간, 그동안 참아왔던 감정이 치솟아 오른다. 상대방이 별여 놓은 일들을 묵묵히 뒤치닥 거리 해온 자신의 지난날의 노력들이 모두 부정당한 듯한 느낌이랄까? 

서로가 어른이고, 자존심이 쌔서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정말 잔소리 듣기를 너무너무 싫어한다. 그러다 보니 한 소리해서 좋은 꼴을 볼 수 없음을 알기에 그냥 포기하고, 그냥 내가 하지 뭐, 그냥 하고 말지 뭐 혹은 내가 치우는 모습을 자주 보여주면 알아서 바뀌겠지 같은 막연하고도 자기중심적인 기대를 갖고는, 또 멋대로 실망하거나 포기하거나 한다.

아무래도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떨어지는 걸까? 상대방을 자극하지 않으면서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여 줄 수 있도록 유도할 수 있는 혹은 납득시킬 수 있는 능력이 제로에 가까운 것 같다. 너무 폭력적으로 원하고, 바라고 하는 것은 아닐까 싶다. 이것은 사실인 것 같다. 

하지만, 육아와 가사는 현실이다. 커뮤니케이션 능력 따위는 개나 줘 버리고, 스스로가 해야 할 일들을 제대로 해내지 않으면 가정의 평화, 건강, 행복은 유지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육아와 가사에서 누구 하나가 혹사 혹은 득을 봐선 안되고 당연히 그런 생각이 드는 상황이 있어서도 안된다고 생각된다. 그러므로 공평하게 나눠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 

결과적으로 현재 하고 있는 육아와 집안일을 리스트화 하고, 이를 공평하게 매일 교대로 하는 방향으로 합의를 했다. 이게 잘하는 짓인지 알 수 없다. 하지만, 민폐를 끼치기도, 당하기도 싫다. 그리고 이런 일 따위로 감정 소모하는 것은 더 이상 싫다. 그래서 한번 이렇게 해보려고 한다. 

담배도 안 피우고, 밖에서 전혀 놀지를 않고, 언제나 가정에 충실하고, 회사 일 할 시간을 쪼개서 집안일을 돌보고, 혼자서 육아를 하게 될 아내에게 미안해서 출장도 되도록 안 가고, 고객사 방문 시간도 육아에 지장을 안 주게 조정하고, 육아도 적극적으로 해오면서 어쩌면 난 스스로를 "좋은 남편?" 혹은 "좋은 아빠?"라고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지 않은 대다수의 남자들보다 내가 훨씬 더 가정적이고, 아내와 딸내미에게 잘한다고 생각했고, 그게 자랑스럽기도 하고, 혹은 남들과 다른 나의 그러한 모습을 평가받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사실 난 그런 사람이 아니었던 것 같다. 몸에 맞지 않는 옷을 계속해서 입으려 하니 아무래도 옷이 찢어지고, 구멍이 나고....

내 몸도 마음도 상하고, 감정 소모도 많아지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 같다.  난 그렇게 자상한 남편도, 아빠도 아님을 인정하고, 포기하고, 내려놓으면 조금은 편해지고, 아내와 딸내미에게도 좀 더 다정한 남편과 아빠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해 본다. 나이 40에 참... 이게 뭐하는 짓인가 싶다....

아무튼 기회가 되면 리스트를 공유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