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절주절 : 잡소리

내 나이 마흔. 참 수고 했다.

박씨 아저씨 2022. 9. 5. 22:13

82년생이다. 올해, 만으로 40살이 되었다. 한국을 떠나온 지 5년 차. 이젠 한국 나이로 내가 몇 살인지도 잘 모르겠다. 만으로 세는 게 편하고, 익숙해졌다. 아무튼 40. 마흔이다. 언제 시간이 이렇게 흘렀나 싶으면서도, 참 긴 시간이었던 것 같기도 하다. 

참 고생을 많이 했었다. 그래도 할머니라는 감사한 존재가 있었기에 엊나가지 않고, 성실하게(이게 좋은 건지의 가치 판단은 차치하고) 그리고 (정신적으로도) 건강하게 잘 자랐다. 경제적으로 어려웠기에 초등학교 때부터 신문 배달 같은 아르바이트를 계속했었다. 200부 돌리는데 한 달에 20만 원 받았던 시절... 지금은 어떠려나...

내세울 만한 능력이나 학벌은 없었지만, 무슨 일을 하든 정말 미친 듯이 열심히 일을 했다. 돈을 많이 주던, 적게 주던 내가 선택한 일이면 정말 최선을 다했다. 불평불만 없이. 지금 생각해 보면 바보 같지만 참 노예처럼 일했다. 솔직히 돈에 대한 욕심도, 미래도 없던 시절 이다. 

그러다가 2011년 지금의 와이프를 우연하게 만나게 되었고, 사귀기 시작하면서 부터 인생이 180도 바뀌었다. 인생에 목표가 생기고, 아내와 함께 하는 미래를 생각하게 되고, 준비하게 되고... 여러 가지 노력을 했던 것 같다. 내 삶에 대해서. 그리고 아내와 결혼을 하고, 일본으로 이주하고 5년 차를 맞이한 올해, 만으로 40살이 되었다.

40년간의 시간이 참 묘하다.

시간의 속도 보다는 그 시간 동안 겪은 여러 사건들. 그로 인한 영향으로 변화된 나의 삶이 참 신기하다. 그 미래도 꿈도 희망도 없던 시절을 생각해 보면 나름 성공한 삶을 살고 있는 것 같아서 신기하고 고맙다. 열심히 살아온 나 스스로에게도, 나에게 변화를 가져다준 시발점이 된 아내에게도.

일본 온 지 5년 차, 결혼 8년 차, 사랑하는 아내와 2살 배기 딸내미, 넓진 않지만 도쿄 분쿄구에 내 집도 있고, 작지만 일하기 편한 직장에, 경제적인 여유까지... 부족한 걸 찾는다면 끝이 없겠지만, 그 힘들었던 유년시절, 꿈도 희망도 없던 20대 후반을 생각하면 개천에서 용 났다고 할 수 있을 듯. 인생이 이렇게 바뀔 수 있는 건가... 싶다. 묘하다.

아무튼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잘 견디고, 노력해온 본인에게 잘했다고, 수고 했다고 이야기 해 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