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결혼 이야기

국제결혼 - 결혼식 준비 : 5. 피로연 준비

박씨 아저씨 2020. 10. 3. 11:21

국제결혼 - 5. 피로연 준비

 

이번 에피소드에 쓸 사진이 없어서 적당한 걸 찾다가...

 

우리나라에서 가봤던 결혼식에서 피로연은 대부분 뷔페 혹은 테이블에 음식이 세팅이 되어서

가족, 친지, 지인들이 둘러앉아서 왁자지껄 먹고 마시는 느낌인데, 일본은 약간 다르다.

모두가 그렇진 않겠지만, 대게 그런 것 같다.

 

그래서 이것저것 준비해야 할 것들이 참 많았다.

 

1. 스피치 준비 및 요청

피로연 할 때 스피치가 참 많다. 일본어가 부족한 사람은 미리 연습해 두면 좋을 듯.

우린 기본적인 스피치 + 써프라이즈로 스피치를 한 명에게 요청했다.

기본적인 스피치는 아래와 같다.

 

환영인사(신랑)

주빈 인사(신랑 측, 신부 측)

건배사(누구든)

맺음 인사(신랑)

 

구체적인 설명은 아래 참고.

 

환영인사(신랑)

먼 거리, 바쁜 와중에도 마다하지 않고 참석해주신 손님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아서 인사로 갈음하는 자리.

감사하고, 즐겁게 잘 즐기다 가시라는 정도의 인사. 양국의 손님들이 있으므로 한국어, 일본어로 번갈아 가며

말했던 것 같다. 평소에 사용하지 않는 단어들이 많이 들어가다 보니, 연습해 두면 좋을 듯.

 

주빈 인사(신랑, 신부 각 1인)

주빈(主賓、しゅひん)이라고 해서 중요한 손님이라는 뜻인데, 보통 이 분들이 피로연 테이블의

맨 앞 좌석에 앉는다. 가족은 가장 먼 뒤쪽 테이블. 신랑, 신부 측에서 한 명씩 지정을 해서 이분들에게

스피치를 요청하는데, 주빈으로 부터 신랑, 신부에 대한 덕담을 해주는 시간이다. 주로 직장 상사나

오랜 시간 신세 진, 신랑 신부를 잘 아는 사람들에게 부탁을 한다.

나는 대학 선배에게, J는 직장 상사에게 부탁을 했다. 

 

건배사(1인)

이 부분은 당시 내가 다니던 일본 회사의 상사에게 부탁을 했다. 누구에게 부탁을 하던지 하는 것은

큰 제약은 없는 것 같으니, 중요한 손님이 있다면 맡기도록 하자.

 

맺음 인사(신랑)

약 2시간 30분의 피로연이 끝날 무렵의 마지막 스피치. 감사하다, 잘 살겠다는 마음을 담아서

참석해주신 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달하면 된다. 시작과 끝 인사를 신랑이 해야 하므로 미리미리

준비해두자. 

 

※참고
주빈 인사, 건배사 등 결혼식에서 스피치를 해야 하는 역할을 맡는 손님들은 미리미리 섭외를 한다.
우리는 미리 말씀을 드리고, 같이 식사하는 자리를 마련하기도 했다. 
중요한 날에 중요한 역할을 맡을 분들이기에 결혼식, 피로연 참석에 문제가 없도록 일정 조율을 잘 하자.

 

 

2. 사회자

결혼식 사회는 한국 같으면 보통 남편의 가장 친한 친구들이 맡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일본은 어떤지... 잘 모르겠다. 그런데 우린 전문사회자를 섭외했다. 한국어, 일본어 모두 능수능란하신 분으로.

아무래도 하객의 절반은 한국사람, 절반은 일본 사람이고 말이 통할리 없으니 내 스피치를 제외한 모든 멘트를

서로의 나라의 말로 통역까지 해주시면서 사회를 봐주셨다.

아마도 재일교포 분이신 것 같긴 한데, 경험도 많으셔서 덕분에 무사히 피로연을 마칠 수 있었다.

 

원래는 일본에 살고 있는 동생에게 맡길까도 고민을 했었다. 워낙 일본어가 능숙하기도 하고, 말주변도 좋아서.

그런데 생각해보면 형 결혼식인데, 본인이 즐기지 못하는 것도 좀 그래서 돈이 들긴 하지만 전문가에게 맡겼다.

기억이 가물가물.... 사회자 섭외에 대략 12만 엔 정도 쓴 것 같다.

 

식순과 그에 따른 준비사항과 관련해서 한차례 일본에서 미팅을 진행했고, 나머지는 메일로 확인, 조정 작업을 했다.

정말 꼼꼼하게 잘해주셔서 정말 감사했다.

 

3. 여흥 준비

한국 같으면 축가 같은 개념인데,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편지를 읽기도 하고, 영상을 준비하기도 하고 등등

난 친구 부부에게 축가를 요청했는데, 이 녀석들이 정말 기가 막히게 준비를 잘해줘서 완전 감동이었다.

 

J는 중, 고등학교 단짝 친구들에게 요청을 했었는데, 내용은 비밀이었기 때문에 당일까지 우리도 몰랐다.

중, 고등학교를 함께 하는 동안의 사진과 추억을 음악과 함께 만든 동영상이 흐르고, 한 사람 한 사람씩 멘트를 하는

방식으로 진행이 되었는데, 역시 감동의 도가니. 

 

아무튼 피로연 중간에 여흥 시간이 보통 들어가는데, 이를 미리 준비해야 할 듯. 

여기에 사용하는 음악 등도 미리 가라오케에서 반주를 녹음해서 시디를 준비했다.

 

 

4. 프로필 영상 준비

이걸 준비하느라고 대체 몇 시간을 공을 들였던가... 처음 써보는 소프트웨어로 약 5분 정도의 프로필 영상을 만들었다.

이것도 의뢰하면 간단히 만들 수 있지만, 직접 만들었다. 노래를 하나 선정하고, 약 3파트로 나눠서 J, 나, 우리에 대한

사진과 동영상으로 서로가 어떻게 자라왔고, 어떻게 만나서 지금에 이르고,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 하나의

이야기책을 만드는 느낌으로 만들었다. 능력도 없으면서 쓸데없이 눈은 높아서 납득 가는 영상을 만들고 싶어서 정말

긴 시간을 할애하여 만들었다.

 

한 가지 유념해야 할 부분. 한국은 아직 이 부분이 엄격하지 않긴 한데, 일본은 저작권에 대해서 우리보다 더 철저해서

공공장소에서 저작권자가 별도로 있는 음악을 재생하는 행위 자체에도 저작권료가 발생된다. 

난 Mr.children의 팬이라서 그들의 음악을 배경음으로 사용하고 싶었지만, 사용허가가 나지 않는 음원이라서 사용불가.

사용허가가 나는 음악들의 경우는 한곡당 5500엔 정도의 사용료가 발생되었다.

웨딩회사들과 진행하면 이런 부분 철저할 듯 하니, 참고하시길.  

 

프로필 영상에 사용한 음원은 明日への扉(あすへのとびら) 내일로의 문? 정도 되려나. 

아무튼 가수 이름도 들어본 적도 없고, 나에겐 듣보잡의 노래였는데, 어떤 노래로 할지 고민 고민하는 과정에 찾게 된

보석 같은 노래. 단조로운 곡이긴 한데, 가사와 멜로디가 가슴을 후벼 파며 울컥하게 만드는 뭔가가 있다.

지금도 프로필 영상 보면 울컥하곤 한다.

 

좀 더 있긴 한데, 다음 편에서 계속하는 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