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일 이야기

해고가 어려운 일본회사

박씨 아저씨 2019. 7. 31. 22:36

해고가 어려운 일본 회사

※ 이 이야기는 단순한 나의 생각과 경험을 다룬 이야기에 불과합니다.

 

와이프인 J가 10년째 다니고 있는 회사의 이야기다.

작년 6월쯤 중도채용(경력직)으로 한 명이 채용되었다. J내 회사는 IT 기업으로 대기업을 위주로 IT 솔루션을 제공하는 회사로 1년매출 8000억 규모의 중견 IT 기업이다. 다들 알다 싶이 일본은 현재 어디든 일손이 많이 부족한데, 그 중에서도 IT관련 인재가 상당히 부족하다고 한다. J내 회사 내부에만 3000명 정도의 직원이 있지만, 프로젝트를 운영 할 때는 파견직원을 사용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그런데 파견사원 한명을 사용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이 약 700만원~900만원. 물론 파견 사원이 받는 돈이야 3~400만원이거 나머지는 인재 회사가 가져가는데, 돈을 이렇게 많이 드려도 IT관련 경력, 능력이 있는 사람을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처럼 어렵다고 한다. 그래서 일손이 부족하다 보니, 큰돈을 지불하면서도 능력 없는 사람들을 가르쳐가며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런 와중에 한 명이 경력직으로 채용이 된 것이다. 각종 프로젝트의 프로젝트 매니저를 맡아줄, 경력직으로.

그런데 이게 역대급 쓰레기 노동자였던 거다. 우선 이력서에 쓰여있는 경력들이 진실인지 의심이 될 정도로 업무 관련 능력이 거의 없다는 것. 간단한 일도 핸들링하지 못하는 것. 회사도 툭하면 무단으로 결근하거나, 무단으로 오후에 나오거나, 조퇴를 하거나, 업무 명령을 수행하지 않거나, 거부하거나.... 그러면서 한 달에 600만 원씩 받아가고....그런인간이 회사에 오면 손톱을 깍거나 하는거 외에는 하는게 없다는 거다....회사에서 몇번이나 주의를 주고, 개선을 요청 하였으나...전혀 고쳐지지 않았다고 한다. 비단 직원 한명의 문제로 끝나는 게 아니라, 이딴 식으로 일해도 600만원씩 월급을 받는 걸 보면서 주변 사람들의 동기부여가 결여되고, 상대적 박탈감을 받게 되는 등 회사 입장에서는 악순환의 연속이 더욱 문제가 아닐까 싶다.

그런 역대급 개쓰레기 노동자가 오늘부로 회사를 관뒀다고 한다. 6개월치 급여와 실업급여까지 챙기고. 그리고 유명 인재 회사의 채용 서포트 서비스까지 모두 챙기고 말이다. 회사를 관두는 시점에서는 아예 회사를 나오지 않고, 회사 컴퓨터와 핸드폰 등도 반납하지 않고, 전화도 안 받고 문자메시지로만 대화를 했다고 한다. 

이 이야기를 듣고 내가 느낀 점은..."회사가 정말 불쌍하다"였다. 이런 기분 처음이다. 한국에선 대부분 노동자들이 갑의 횡포에 당하는 모습밖에 보지 못했는데, 의욕도, 능력도 없고, 개선의 여지도 없는 직원을 해고하지도 못하는 일본 회사를 보면서 너무너무 불쌍해 보였다. 그리고 몇 년 전 쉬운 해고라는 말이 회자가 되고, 노동계가 반발했었던 사건이 기억이 났다. 

근무태도 불량과 능력 부족인 직원들에게 몇 번이고 개선의 기회를 줌에도 불구하고 이를 고칠 생각이 없는 직원들을 해고하는 게 부당하다는 한국의 노동계와 해고하지 못하는 일본 회사를 보면서, 한국과 일본이 컬래버레이션하면 나라가 망하겠다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