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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 : 태일이(2021)

박씨 아저씨 2022. 9. 21. 02:22

현재 방콕에 출장을 와있다. 3년만의 태국. 3년만의 장거리 비행. 아무튼, 한 6시간? 비행기를 타고 오면서 뭔가 볼게 없을까 싶어서...영화 목록을 뒤적여보다가 찾아낸 보물 같은 작품. 작년 전태일 열사 51주기에 개봉한 듯 한데...아쉽게도 흥행은 못한 것 같다.

대학 시절, 조영래 변호사의 전태일 평전을 읽었고, 최근에 조정래 작가의 한강에서 한 5권? 6권? 에서도 관련 에피소드가 나왔기에 이미 어떤 내용인지 알고 있는 상태에서 보는 거라서 그런가...시작부터 참 마음이 아팠다. 이미 결말을 알고 있는 상태이기도 하고, 초반부터 고생하는 장면들이 엄청 나오기 때문에...마음이 아파서 포기 할까도 여러번 생각하면서 봤다.

내가 청년이던 시절에 읽었던 전태일 평전은 전태일 열사에게만 오롯이 촛점을 맞춰서 읽었고, 동화 되었다면 결혼을 하고, 고, 딸내미가 생기고, 어느 덧 지킬 것이 많아진 40살 아저씨가 된 지금은 전태일 열사 뿐만이 아니라 주변 인물들, 가족들에게도 감정 이입이 되고, 그들의 안부나 미래가 걱정이 되고...그래서 더욱 가슴 아프고, 먹먹한 부분이 참 많았다.

마지막 부분에 얼마나 많이 울었는지...화려하진 않았지만 부족하지도 않았던...그래서 더축 더 좋았던 애니메이션과 배우들의 연기들로 인해서 이야기의 가슴찢어지는 아픔과 열사의 희생에 대한 감사와 감동이 몇 배는 더 증가한 것 같다. 

근로기준법은 있었지만, 노동자를 보호하지 못하던 그 시절. 개인의 삶 보다는 국가의 장래가, 경제가 최우선시 되었던 그 시절. 나라에 반하는 사상은 모조리 빨갱이로 매도 되던 그 시절. 당연한 걸 당연하게 요구하지 못했던 그 시절. 그 시절을 힘차게 살았던, 꿈 많고 젊은 청년 전태일의 삶이 있었기에, 지금은 너무나도 당연시 되는 것들 당연하게 누리고 있지 않나 다시 한번 느낀 시간 이었다.

그 시절에 대한, 전태일 열사에 대한 배경 지식이 없어도 충분히 좋은 애니메이션 작품이라고 생각 되기 때문에 누구에게나 추천하고 싶은 작품이다. 화려하진 않지만 인간미 넘치는 그림체와 레트로한 그 시절의 배경이 잘 어울어져서 참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는 것 같다. 딸내미가 크면 꼭 보여주고 싶다.